
디자인은 어렵다. 비주얼과 감각,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인 것 같은데도 그 안에 형이상학적인 의미와 감성까지도 녹아들어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울리게, 알맞게,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는 사람.
글 《월간 외식경영》 김준성 에디터
KFD시스템즈(주)는 18년 동안 외식업 디자인과 비주얼컨설팅·인테리어·브랜딩으로만 특화한 전문기업. <안심치킨>과 <참이맛감자탕> <줄리앙와플> <핵스테이크> <두껍다회선생> <멕시카나 치킨> <신룽푸마라탕> <아빠곰탕>, 그리고 김포공항 푸드코트 등 총 3000여개 브랜드의 디자인 기획과 창업 컨설팅 프로젝트를 맡아왔으며, 중국과 인도네시아·미국·브라질 등에서도 약 50여 개 브랜드의 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하기보다는 메뉴와 콘셉트, 매장의 작업환경 등 외식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하여 탄탄한 포트폴리오만을 쌓아왔다. 식당의 운영현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만이 식당 디자인과 브랜딩 또한 그에 걸 맞는 결과물로 빚어내는 법. 이것은 KFD시스템즈(주) 가 아주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신념이기도 하며, 외식업계 내에서 오래 인정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많은 디자인·인테리어 업체들이 있다. 그 한 가운데에서 20여년의 세월동안 살아남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KFD시스템즈(주) 가 그토록 오래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 우물만 팠던 것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 단순히 디자인과 인테리어만 해왔던 건 아니었다. 외식업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시선, 외식업 중심의 비주얼과 전략·브랜딩을 총괄해 가이드 해 줄 수 있는 컨설팅 능력, 그리고 디자인과 인테리어·시공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KFD시스템즈(주)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인테리어만 예쁘게 만들어주는 업체들은 많다. 하지만 디자인KFD는 외식업에 특화된 전문성, 기획력, 아이디어, 브랜딩과 컨설팅 능력들을 기반으로 하여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단순히 외식업 매장에 예쁜 옷 입히려 애쓰기보다는 핏이 잘 맞는 옷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외식업에 특화된 디자인·인테리어를 했었나. 아니면 디자인과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가 외식업에 특화된 방향으로 변경한 건가. KFD시스템즈(주) 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2년, 20대 후반쯤엔 대기업 자회사의 광고마케팅 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운영이 잘 되지 않는 매장이나 식당의 광고문의가 많았었는데, 그래서인지 광고를 필요로 하는 식당들의 부족한 점, 그리고 좀 더 추가되거나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담 중 조심스레 건넸던 개인적 의견들이 현장에 적용되면서 2배 이상 매출이 오르는 식당들도 하나 둘 생겨났다. 대학교 때 서양화 전공으로 디자인 업무도 해봤던 터라 식당 콘셉트와 디자인의 어울림, 공간 구성 등을 눈여겨보게 됐던 거다. 그 당시, 때마침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함께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식당 공간구성과 디자인에 대한 컨설팅, 그리고 인테리어 시공까지 모두 해주는 전문 업체. KFD시스템즈(주) 는 2003년,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다.

30세에 첫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데. 당연히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뒤따랐겠다.
맞다.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든 것이었으니 본격적으로 힘들어질 수밖에. 인맥이나 네트워크가 넓은 것도 아니고 영업력이나 전문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돈은 벌어야 하는데, 조직이 아닌 개인으로서 가진 능력은 모자라기만 했다. 그래서 간판 제작과 주방집기 판매, 포스 설치 등등 돈이 되는 거라면 모든 걸 다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간판 제작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틈새가 보였다. 당시엔 간판 글자 만드는 것만 하는 제작업체들이 많았는데, 클라이언트 브랜드에 어울리는 콘셉트와 디자인까지 기획해 간판을 만들어주면 훨씬 더 좋은 반응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다. 예상대로 간판 기획·제작을 의뢰해오는 분들은 많았고, 상담과정에서 식당 인테리어 컨설팅과 시공까지 연결하며 회사 수익을 점점 더 늘려나갈 수 있었다.
역시 개인이나 작은 기업의 경우엔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가장 큰 자산이자 무기라는 생각이 든다. 할 줄 아는 게 기술적이고 기계적인 것밖에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면 그 회사가 바로 지금의 KFD시스템즈(주) 로까지 이어져온 것이겠다.
그건 아니다. 그렇게 회사를 힘겹게 꾸려나가던 중 좋지 않은 이유로 인해 친구와의 동업이 끝나게 됐다. 그리고 디자이너 몇 명 데리고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혼자 사업을 하려고 하니 더 힘들어졌다. 인테리어 시공을 외주업체에 주게 되면서 컨트롤이 쉽지 않았고, 회사자금은 또 어딘가로 줄줄 새어나가면서 돈 한 푼 없이 공사 진행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 나이가 서른 넷, 가지고 있는 빚만 15억원 정도가 됐다. 빚이 그렇게나 많으니 결혼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아내가 “같이 갚아나가며 살자”라고 얘기해줬고, 그렇게 어려운 시간들을 곁에서 함께 해줬다. 집으로 돈 받으러오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았는데도 늘 흔들림 없이 곁에 있어줬다. 그래서 늘 고마운 마음이다. 어쨌든 사업이 계속 어려워지면서 무언가에 대한 결단이 필요했고, 그렇게 마련한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콘셉트·브랜드 기획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었다. 회사 운영구조를 이렇게 구분하고 단순화시키면서 KFD시스템즈(주) 도 서서히 안정적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회사 운영구조의 명확한 구분과 단순화’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디자인 콘셉트·브랜드 기획과 인테리어 시공 분야의 영역을 정확히 구분해 각 팀에 책임감을 부여했다. 그리고 예전엔 간판 제작에서부터 주방집기 판매, 포스 설치 등등 모든 부분에서 이윤을 남기려 노력했는데 이때부터는 디자인 콘셉트·브랜드 기획·인테리어만을 전문적으로 사업화하게 됐다. 그렇게 회사 운영구조의 안정화를 거쳐 지금까지 하나하나 알찬 포트폴리오들을 쌓아오게 된 거다.

외식업 분야의 디자인·브랜딩, 타 분야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상담시 사람들의 성향이나 특징도 뚜렷하게 구분될 거라 생각하는데.
저렴한 원가의 소재들로 인테리어를 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 싼 소재들로 고급스럽게. 이와 같이 이해가 어려운 주문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요즘엔 또 고급 소재들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하는 매장들도 늘어나고 있다. 외식업 프랜차이즈나 개인 식당들 중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확신 때문에 전문가 의견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탄탄한 물류유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혹은 ‘내 식당에서 쓰는 고기는 누구나 좋아하는 품질이어서’ 인테리어나 디자인은 대충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다. 하지만 식당이든 프랜차이즈든 결국엔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상품이다. 포장지를 무시해서는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가 없다. 본질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만 신경 쓰며 포장은 어떻게 해도 팔릴 거라 생각하는 것, 그건 상품을 판매할 생각이 없는 것과 똑같다.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클라이언트와 작업자의 시선&방향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설득하는지.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얘기한다. 외식업의 경우라면 “그렇게 해야만 매출이 늘어난다”와 같은 화법이겠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외식업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기 종류에서부터 불판 높이, 덕트의 설치위치 등등에 이르기까지 식당운영과 관련된 여러 의견들을 나누게 된다. 이와 같이 전문지식과 정보들을 얘기하다 보면 상대방도 나를 외식업 디자인·브랜딩 전문가로서 신뢰감을 가지고 대한다. 설득의 과정은 대부분 이런 방식이다. 논의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가 제시했던 브랜딩의 목적,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결과물에 100% 반영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식당 또는 회사의 모토를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KFD시스템즈(주) 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포장이 그 본질을 잘 감싸 안도록 만드는데 중점을 둔다.
3000여 개 브랜드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인테리어에서부터 포장지 등등 모든 게 검은 색인 피자 브랜드가 있었다. 당시, 그 브랜드의 대표는 ‘오토바이 배달로 사망하는 배달원 분들이 너무 많아 그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검은 색을 메인컬러로 정했다고 하는데, 그 때의 기억이 인상 깊게 남는다. 수많은 CEO 분들을 만나다 보면 자신만의 이상이나 확신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장사나 사업은 이익을 위한 것이기에 철저하게 소비자 시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음식 맛과 퀄리티, 여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사이트는 평소 어디서 어떻게 얻는지. 요즘 외식업 디자인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개인 생각도 듣고 싶다.
맛집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분석하는 걸 좋아한다. 내부 인테리어의 분위기에서부터 콘셉트, 브랜딩 등등.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즐겁게 하는 거다. 게임이나 피규어 모으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피규어의 경우엔 한정판 제품까지 집 안 가득 들어차있다. 이 같은 취미를 가진 20만명 가입자의 카페 운영자이기도 하며 밴드에서 음악을 한 적도 있다. 술이나 도박, 마약, 운전만 빼고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한 번 시작하면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웃음) 또 책을 읽을 때엔 내 스타일과 기준대로 해석하면서 읽는 걸 즐긴다.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가 중요하다.
음, 그리고 요즘 외식업 디자인 흐름에 대해 얘기한다면 ‘카페’의 문화적 코드를 얘기할 수 있다. 분식이든 중식이든 카페와 같은 분위기의 공간에서 여유로이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싶어 한다. ‘카페 + α’라고 할까? 반면, 국내 시장에서 몇 가지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쏠림현상이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찜닭이 유행하면 찜닭전문점이, 스터디카페가 유행하면 스터디카페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요즘엔 배달전문매장이나 분식집 관련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쏠림현상이 조금만 더 옅어진다면 문화·경제적으로도 콘텐츠의 다양성이 넓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아쉬운 부분 또 한 가지는, 예비창업자 대부분이 ‘가게를 오픈하면 당연히 손님들이 찾을 것’이라는 과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지금 폐업해버린 수많은 가게들은 창업 시에 그런 기대를 안 했을까? 무슨 이유로 ‘나는 그 사례에 포함되지 않을 것, 예외일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외식창업에서는 정확한 시장분석과 기획, 디자인, 마케팅이 뒷받침되어주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큰돈을 투자한 만큼 부지런히 공부하며 전문가 도움도 받아야만 한다. 철저한 기획과 사전준비만 있다면 창업의 성공률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KFD시스템즈(주) 의 계획은.
KFD시스템즈(주) 가 지금까지 오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외식업에 맞춤되어 있는 기획력과 인사이트, 저렴한 비용, 그리고 재빠른 애프터서비스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여 향후에는 중국이나 동남아 쪽으로도 디자인 사업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사업을 확장해나가면서 내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사업 초기에 만났던 고객들 중에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가 있었는데, 부진한 매출 때문에 늘 고민이 많은 분들이었다. 그런데 나와의 인연 덕분에 다시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잃어버렸던 웃음을 찾았다고 늘 고마워 하셨다. 당시에 처음 느꼈던 뿌듯함과 감동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바로 그 느낌을 앞으로도 계속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행복과 웃음의 씨앗을 뿌려줄 수 있는 역할, 디자인 서비스 사업가로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자 소망이다.
※ 매거진 《월간 외식경영》 Vol. 194. ‘해볼까 HMR’의 일부 내용을 게재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들은 매거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어렵다. 비주얼과 감각,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인 것 같은데도 그 안에 형이상학적인 의미와 감성까지도 녹아들어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울리게, 알맞게,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는 사람.
글 《월간 외식경영》 김준성 에디터
KFD시스템즈(주)는 18년 동안 외식업 디자인과 비주얼컨설팅·인테리어·브랜딩으로만 특화한 전문기업. <안심치킨>과 <참이맛감자탕> <줄리앙와플> <핵스테이크> <두껍다회선생> <멕시카나 치킨> <신룽푸마라탕> <아빠곰탕>, 그리고 김포공항 푸드코트 등 총 3000여개 브랜드의 디자인 기획과 창업 컨설팅 프로젝트를 맡아왔으며, 중국과 인도네시아·미국·브라질 등에서도 약 50여 개 브랜드의 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하기보다는 메뉴와 콘셉트, 매장의 작업환경 등 외식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하여 탄탄한 포트폴리오만을 쌓아왔다. 식당의 운영현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만이 식당 디자인과 브랜딩 또한 그에 걸 맞는 결과물로 빚어내는 법. 이것은 KFD시스템즈(주) 가 아주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신념이기도 하며, 외식업계 내에서 오래 인정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많은 디자인·인테리어 업체들이 있다. 그 한 가운데에서 20여년의 세월동안 살아남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KFD시스템즈(주) 가 그토록 오래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 우물만 팠던 것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 단순히 디자인과 인테리어만 해왔던 건 아니었다. 외식업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시선, 외식업 중심의 비주얼과 전략·브랜딩을 총괄해 가이드 해 줄 수 있는 컨설팅 능력, 그리고 디자인과 인테리어·시공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KFD시스템즈(주)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인테리어만 예쁘게 만들어주는 업체들은 많다. 하지만 디자인KFD는 외식업에 특화된 전문성, 기획력, 아이디어, 브랜딩과 컨설팅 능력들을 기반으로 하여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단순히 외식업 매장에 예쁜 옷 입히려 애쓰기보다는 핏이 잘 맞는 옷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외식업에 특화된 디자인·인테리어를 했었나. 아니면 디자인과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가 외식업에 특화된 방향으로 변경한 건가. KFD시스템즈(주) 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2년, 20대 후반쯤엔 대기업 자회사의 광고마케팅 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운영이 잘 되지 않는 매장이나 식당의 광고문의가 많았었는데, 그래서인지 광고를 필요로 하는 식당들의 부족한 점, 그리고 좀 더 추가되거나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담 중 조심스레 건넸던 개인적 의견들이 현장에 적용되면서 2배 이상 매출이 오르는 식당들도 하나 둘 생겨났다. 대학교 때 서양화 전공으로 디자인 업무도 해봤던 터라 식당 콘셉트와 디자인의 어울림, 공간 구성 등을 눈여겨보게 됐던 거다. 그 당시, 때마침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함께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식당 공간구성과 디자인에 대한 컨설팅, 그리고 인테리어 시공까지 모두 해주는 전문 업체. KFD시스템즈(주) 는 2003년,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다.
30세에 첫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데. 당연히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뒤따랐겠다.
맞다.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든 것이었으니 본격적으로 힘들어질 수밖에. 인맥이나 네트워크가 넓은 것도 아니고 영업력이나 전문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돈은 벌어야 하는데, 조직이 아닌 개인으로서 가진 능력은 모자라기만 했다. 그래서 간판 제작과 주방집기 판매, 포스 설치 등등 돈이 되는 거라면 모든 걸 다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간판 제작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틈새가 보였다. 당시엔 간판 글자 만드는 것만 하는 제작업체들이 많았는데, 클라이언트 브랜드에 어울리는 콘셉트와 디자인까지 기획해 간판을 만들어주면 훨씬 더 좋은 반응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다. 예상대로 간판 기획·제작을 의뢰해오는 분들은 많았고, 상담과정에서 식당 인테리어 컨설팅과 시공까지 연결하며 회사 수익을 점점 더 늘려나갈 수 있었다.
역시 개인이나 작은 기업의 경우엔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가장 큰 자산이자 무기라는 생각이 든다. 할 줄 아는 게 기술적이고 기계적인 것밖에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면 그 회사가 바로 지금의 KFD시스템즈(주) 로까지 이어져온 것이겠다.
그건 아니다. 그렇게 회사를 힘겹게 꾸려나가던 중 좋지 않은 이유로 인해 친구와의 동업이 끝나게 됐다. 그리고 디자이너 몇 명 데리고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혼자 사업을 하려고 하니 더 힘들어졌다. 인테리어 시공을 외주업체에 주게 되면서 컨트롤이 쉽지 않았고, 회사자금은 또 어딘가로 줄줄 새어나가면서 돈 한 푼 없이 공사 진행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 나이가 서른 넷, 가지고 있는 빚만 15억원 정도가 됐다. 빚이 그렇게나 많으니 결혼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아내가 “같이 갚아나가며 살자”라고 얘기해줬고, 그렇게 어려운 시간들을 곁에서 함께 해줬다. 집으로 돈 받으러오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았는데도 늘 흔들림 없이 곁에 있어줬다. 그래서 늘 고마운 마음이다. 어쨌든 사업이 계속 어려워지면서 무언가에 대한 결단이 필요했고, 그렇게 마련한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콘셉트·브랜드 기획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었다. 회사 운영구조를 이렇게 구분하고 단순화시키면서 KFD시스템즈(주) 도 서서히 안정적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회사 운영구조의 명확한 구분과 단순화’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디자인 콘셉트·브랜드 기획과 인테리어 시공 분야의 영역을 정확히 구분해 각 팀에 책임감을 부여했다. 그리고 예전엔 간판 제작에서부터 주방집기 판매, 포스 설치 등등 모든 부분에서 이윤을 남기려 노력했는데 이때부터는 디자인 콘셉트·브랜드 기획·인테리어만을 전문적으로 사업화하게 됐다. 그렇게 회사 운영구조의 안정화를 거쳐 지금까지 하나하나 알찬 포트폴리오들을 쌓아오게 된 거다.
외식업 분야의 디자인·브랜딩, 타 분야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상담시 사람들의 성향이나 특징도 뚜렷하게 구분될 거라 생각하는데.
저렴한 원가의 소재들로 인테리어를 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 싼 소재들로 고급스럽게. 이와 같이 이해가 어려운 주문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요즘엔 또 고급 소재들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하는 매장들도 늘어나고 있다. 외식업 프랜차이즈나 개인 식당들 중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확신 때문에 전문가 의견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탄탄한 물류유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혹은 ‘내 식당에서 쓰는 고기는 누구나 좋아하는 품질이어서’ 인테리어나 디자인은 대충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다. 하지만 식당이든 프랜차이즈든 결국엔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상품이다. 포장지를 무시해서는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가 없다. 본질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만 신경 쓰며 포장은 어떻게 해도 팔릴 거라 생각하는 것, 그건 상품을 판매할 생각이 없는 것과 똑같다.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클라이언트와 작업자의 시선&방향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설득하는지.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얘기한다. 외식업의 경우라면 “그렇게 해야만 매출이 늘어난다”와 같은 화법이겠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외식업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기 종류에서부터 불판 높이, 덕트의 설치위치 등등에 이르기까지 식당운영과 관련된 여러 의견들을 나누게 된다. 이와 같이 전문지식과 정보들을 얘기하다 보면 상대방도 나를 외식업 디자인·브랜딩 전문가로서 신뢰감을 가지고 대한다. 설득의 과정은 대부분 이런 방식이다. 논의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가 제시했던 브랜딩의 목적,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결과물에 100% 반영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식당 또는 회사의 모토를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KFD시스템즈(주) 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포장이 그 본질을 잘 감싸 안도록 만드는데 중점을 둔다.
3000여 개 브랜드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인테리어에서부터 포장지 등등 모든 게 검은 색인 피자 브랜드가 있었다. 당시, 그 브랜드의 대표는 ‘오토바이 배달로 사망하는 배달원 분들이 너무 많아 그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검은 색을 메인컬러로 정했다고 하는데, 그 때의 기억이 인상 깊게 남는다. 수많은 CEO 분들을 만나다 보면 자신만의 이상이나 확신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장사나 사업은 이익을 위한 것이기에 철저하게 소비자 시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음식 맛과 퀄리티, 여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사이트는 평소 어디서 어떻게 얻는지. 요즘 외식업 디자인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개인 생각도 듣고 싶다.
맛집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분석하는 걸 좋아한다. 내부 인테리어의 분위기에서부터 콘셉트, 브랜딩 등등.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즐겁게 하는 거다. 게임이나 피규어 모으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피규어의 경우엔 한정판 제품까지 집 안 가득 들어차있다. 이 같은 취미를 가진 20만명 가입자의 카페 운영자이기도 하며 밴드에서 음악을 한 적도 있다. 술이나 도박, 마약, 운전만 빼고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한 번 시작하면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웃음) 또 책을 읽을 때엔 내 스타일과 기준대로 해석하면서 읽는 걸 즐긴다.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가 중요하다.
음, 그리고 요즘 외식업 디자인 흐름에 대해 얘기한다면 ‘카페’의 문화적 코드를 얘기할 수 있다. 분식이든 중식이든 카페와 같은 분위기의 공간에서 여유로이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싶어 한다. ‘카페 + α’라고 할까? 반면, 국내 시장에서 몇 가지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쏠림현상이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찜닭이 유행하면 찜닭전문점이, 스터디카페가 유행하면 스터디카페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요즘엔 배달전문매장이나 분식집 관련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쏠림현상이 조금만 더 옅어진다면 문화·경제적으로도 콘텐츠의 다양성이 넓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아쉬운 부분 또 한 가지는, 예비창업자 대부분이 ‘가게를 오픈하면 당연히 손님들이 찾을 것’이라는 과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지금 폐업해버린 수많은 가게들은 창업 시에 그런 기대를 안 했을까? 무슨 이유로 ‘나는 그 사례에 포함되지 않을 것, 예외일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외식창업에서는 정확한 시장분석과 기획, 디자인, 마케팅이 뒷받침되어주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큰돈을 투자한 만큼 부지런히 공부하며 전문가 도움도 받아야만 한다. 철저한 기획과 사전준비만 있다면 창업의 성공률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KFD시스템즈(주) 의 계획은.
KFD시스템즈(주) 가 지금까지 오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외식업에 맞춤되어 있는 기획력과 인사이트, 저렴한 비용, 그리고 재빠른 애프터서비스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여 향후에는 중국이나 동남아 쪽으로도 디자인 사업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사업을 확장해나가면서 내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사업 초기에 만났던 고객들 중에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가 있었는데, 부진한 매출 때문에 늘 고민이 많은 분들이었다. 그런데 나와의 인연 덕분에 다시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잃어버렸던 웃음을 찾았다고 늘 고마워 하셨다. 당시에 처음 느꼈던 뿌듯함과 감동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바로 그 느낌을 앞으로도 계속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행복과 웃음의 씨앗을 뿌려줄 수 있는 역할, 디자인 서비스 사업가로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자 소망이다.
※ 매거진 《월간 외식경영》 Vol. 194. ‘해볼까 HMR’의 일부 내용을 게재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들은 매거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